2023. 1. 2. 12:00ㆍ클라우드/AWS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글로벌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 1위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대해 규제할 뜻을 내비친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SP는 데이터센터에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 주요 IT 인프라를 갖춰놓고 기업들에게 빌려주고 비용을 받는 사업자다. 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주요 사업자로 꼽힌다. 세 기업들은 글로벌 뿐만 아니라 한국 민간 클라우드 시장도 주도하고 있다.
이들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CSP는 KT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가 있다. 토종 CSP 3사는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공공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려면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CSAP를 취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CSAP는 IT 인프라와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국내에 둘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AWS·MS·구글은 한국의 공공 고객만을 위한 IT 인프라와 데이터를 한국에 두기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규제기관인 공정위는 민간 클라우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AWS에게 독과점의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AWS는 최근 3년간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2019년 77.9%, 2020년 70%, 2021년 62.1%로 1위를 유지했다. AWS의 점유율은 줄었지만 2위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같은 기간 2위는 MS로 각각 6.7%, 9.4%, 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3위는 구글에서 네이버클라우드로 바뀌었다. 2019년에는 구글이 3.5%로 3위를 기록했지만 2020년과 2021년은 네이버가 각각 5.6%, 7%로 3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공정한 경쟁기반 조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클라우드 시장의 경쟁압력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개선 등의 방안을 통해 독과점 정책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다.
반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진흥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 AWS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빗장을 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보안인증에 관한 고시' 개정안(이하 고시 개정안)을 2022년 12월 29일부터 2023년 1월 18일까지 행정예고한다. 행정예고 기간 동안 업계, 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 등을 통한 각계의 의견 수렴이 진행된다. 그 결과가 최종 고시 개정안에 반영되고 1월 중 공포된다.
고시 개정안은 클라우드로 이관하는 정보의 민감도에 따라 상중하 등급으로 CSAP를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하등급은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공개된 공공 데이터를 운영하는 시스템, 중등급은 비공개 업무자료를 포함 또는 운영하는 시스템, 상등급은 민감정보를 포함하거나 행정 내부업무 운영 시스템으로 분류할 계획이다.
하등급 시스템에 대한 CSAP는 고시 공포 이후 시행된다. 과기정통부는 상‧중등급 시스템은 안전성, 활용성 등을 고려해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관계부처 공동 실증‧검증을 통해 세부 평가기준을 보완한 후 2023년 중에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토종 CSP들은 CSAP의 등급제 도입이 우선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글로벌 기업들에게 개방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등급에서는 기존의 민간‧공공 영역간 서버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요건이 완화되면서 논리적 분리가 허용됐다. 국내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공공 시장에 진출하기에 용이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클라우드 시스템 및 데이터의 물리적 위치를 국내로 한정하는 요건을 검증하기 위한 평가항목도 추가된다.
저장되는 데이터의 물리적인 위치가 국내로 한정됐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하등급을 취득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AWS는 한국에 리전을 보유하고 있어 하등급이 요구하는 사항을 충족시키기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하등급을 통해 글로벌 CSP들이 공공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등급과 상‧중 등급이 순차적으로 오픈되는 것도 토종 CSP들의 우려 사항이다. 기존의 온프레미스(IT 인프라를 사내 전산실이나 데이터센터에 구축한 업무 환경)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하려는 공공기관은 보안이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업무부터 클라우드로 이관할 가능성이 높다. CSAP의 등급 중 하등급에 해당되는 분야의 업무들이 초기에 사업으로 쏟아질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간 공공 시장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국내 CSP들은 상등급과 중등급에서의 경쟁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하등급에서는 글로벌 CSP와 비교해 차별점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 하등급의 클라우드 사업을 수주한 글로벌 CSP들은 경험을 쌓은 후 중등급과 상등급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출처 : https://www.bloter.net/newsView/blt20221230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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